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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한의신문] 한의사 진료 걸림돌인 구시대적 의료법 개편돼야

서울 등록2014-04-04 조회1,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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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진료 걸림돌인 구시대적 의료법 개편돼야
KBS 1TV ‘사사기획 창’… ‘우리 의학 미래를 꿈꾸다’
한·양방 통합으로 미래 부가가치 창조 가능
대형병원 중심으로 한의학 임상 연구 늘려야

A0012014040443582-1.jpg‘동의보감이 편찬된지 400년이 흐른 지금 우리 한의학은 얼마나 발전했을까? 한의학이 현대의학을 품고 새로운 의술을 펼칠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의문에 답을 찾아보고자 한의학의 현재 모습을 재조명해본 KBS 1TV ‘시사기획 창’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1일 방영된 ‘시사기획 창’에서는 넥시아로 말기암 환자들을 치료해온 최원철 단국대 특임부총장이 국내에서의 진료를 접고 미국행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최 박사의 한방치료로 진행 암이나 말기 암 환자 가운데 10년 이상 생존하고 있는 사람은 70여명에 달하지만 의학계에서는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거센 공격을 퍼부었고 치료 한약 제조의 적법성 문제를 제기해 지난 10년간 식약청과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결론은 무혐의 처분이었다.

단국대에서는 나노융합의료센터를 만들어 최 박사의 암 치료 연구 지원에 나섰지만 그는 미국 최첨단 기술 특허기업과 손잡고 암 치료 전문병원을 설립키로 했다. 최 박사는 우리의 의료 풍토에서는 더 이상의 연구가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최 박사로부터 한방 암 치료를 받은 후 말기 암을 극복하고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은 최 박사가 국내에서 의료활동을 중단했다는 사실이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시사기획 창’에서는 일반의학으로 고치기 힘든 암 환자의 생존율을 한방치료로 높일 수 있다면 모두가 반겨야 할텐데 왜 환영받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더 깊게 파헤쳐 갔다.

대전대둔산혜화의원 한균인 원장은 양의계 동료들로부터 왜 한의학을 도와주냐는 못마땅한 시선이 늘 따갑다. 그는 “의학과 한의학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차후 문제지만 후배나 동료, 선배들로부터 욕을 많이 먹고 있다. 의사와 한의사가 어느 정도 서로 인정해주고 교류하면 되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한·양방 협진 시도를 했지만 반목이 심해 쉽지 않다고 밝혔다.

대전대 한의학과 유화승 교수는 “협진이 유지되고 있는 상태이지 잘 된다고 할 수는 없다. 한·양방 협동 진료가 잘 안되는 데는 대형병원에 한방과가 없다는 게 가장 커다란 문제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약 성분을 호흡기로 흡입하는 치료나 고주파로 종양의 성장을 억제하는 치료 등 새로운 암 치료법을 시도하고 있는 소람한방병원에는 의사 몰래 한방치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가 많다. 일반병원 의사들이 한방치료를 반대하기 때문이다.

복수면허자인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윤영주 교수는 “일반의과대학 부속병원에는 (한방과가 설치된 곳이) 한군데도 없다. 이유는 병원장이나 대표가 설치하려고 해도 의사분들이 반대를 많이 한다”며 배타주의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90년대 후반부터 약 10년간 대학입시에서 전국 상위득점 0.5%의 인재들이 한의학과에 몰릴 만큼 한의사의 인기가 높았지만 기존의 전통을 지킨다는 관행에 젖어 현대의학의 지향점인 과학화와 표준화에 소홀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는 한의학.

과학화와 표준화를 서두르고 있지만 과학적인 의료기기를 사용하는데 걸림돌이 많다.

‘시사기획 창’에서는 CT촬영을 의뢰했다 보건소에 고발된 김길수 기린한방병원장과 안압측정기와 청력검사기를 사용하다 고발당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하미경 원장의 사례를 들어 현재 의료법에서 한의사가 초음파진단기나 엑스레이조차 사용할 수 없는 현실을 보여줬다. 김길수 원장은 한의사에게 의료기사지도권이 없다보니 치료 후 어떻게 나아졌는지를 환자에게 설명해줘야 하는데 이를 못하도록 의료법으로 막아놨다는게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헌소에서 재판관 전원일치로 안압측정기 등 의료기기 사용에 문제가 없다는 판결을 받아낸 하미경 원장은 “의료기기를 사용하고 기본적인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송은 현재 의료법과 보건당국의 한의사에 대한 잣대가 400년 전 전통의학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의사와 서의사간 약물이나 CT, 엑스레이, 혈액검사, 초음파 등의 의료기기 사용에 제한이 없는 중국의 사례를 소개했다.

1950년대 마오쩌둥 정부가 전통의학을 서양의학과 대등하게 한다는 목적으로 중의학 육성정책을 내놓았고 1970년대부터는 일반의학과 중의학의 공통과목을 크게 늘리는 한편 종합병원에 중의과목 설치를 의무화해 20세기 말부터 서양의학을 위주로 하는 종합병원에 중의학 진료가 20% 이상 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화산병원 마신 부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중의는 역사적으로 많은 병을 고쳤다. 특히 만성병과 서양의학이 해결하지 못한 일부 병을 치료했다. 병원에서 의사 대부분은 중의사에 대한 믿음이 크다. 처음엔 둘을 분리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서의사의 대부분이 중의학에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방송은 일반병원에서 중의약 치료가 늘고 있는 이유를 정부의 정책적인 부분도 있지만 중의학이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현대의학에 개방적이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화산병원 동징첸 통합의학센터장 역시 “중의학 발전의 원동력은 중의학에 내재된 과학적 요소와 현대의학의 원리가 서로 소통하고자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중의약의 세계화·산업화 역량을 소개했다. 약재산업만 하더라도 1950년부터 5년마다 중의학발전정책을 세워 2010년 53조원(3040억위안) 규모로 성장했다. 한국 한약산업 규모는 4740억원. 110배나 차이가 난다. 또한 중국 정부는 제12차 중의약 발전계획(2011~ 2015)을 통해 △중의학 문화 구축 △표준화와 정보화 △대외교류와 협력으로 97조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며 세계에 중의학을 퍼뜨려 그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미국 등 세계의 의학계는 난치병 치료에서 현대의학의 한계를 인정하고 동양전통의학의 치료 방식을 보완의학으로 적극 수용하고 있다. 

호주 의사협회 회장을 지낸 바 있는 유클리닉 케린펠프스 원장은 “의료 일을 오래 할수록 의과대학 교육만으로는 환자들의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통증 관리나 화학요법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중의학 치료가 일반의학 치료보다 효과가 더 뛰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미 엠디앤더슨 암센터 김의신 종신교수도 “(통합의학 치료가)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 병의 복잡한 현상 때문에 한가지 치료만으로 모든 병을 고칠 수 없다”며 전통의학에 대한 높은 관심과 그 가능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전 세계에 진출한 동양의학은 중의학만 있을 뿐 한의학의 존재감은 아예 없다.

우리의 전통 자산인 한의학이 거듭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서부 시드니대학 시아오슈 중의학 교수는 “현대사회가 동양의 전통의학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는 연구와 통합이 필요하다. 현대적 소통을 하지 않으면 전통의학은 그저 검은 상자에 갇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시사기획 창’은 의료의 수요자인 환자들을 위해 한의학과 현대의학의 협진을 늘리고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한의학의 임상연구를 늘리는 한편 현재의 구시대적인 의료법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방송은 “지금은 융합과 통섭의 시대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한의학이란 전통 자산과 세계적인 현대의 의료기술을 함께 가지고 있다. 한의학이 우리 현대의학과 성공적으로 융합해 의료 분야의 블루오션을 찾아낸다면 ‘우리 의학’은 멀지 않은 미래에 난치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영 기자   [kdy2659@hanmail.net]